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은 거의 모두가 미래의 시간 속에서 나타난다 ─ T. S. 엘리엇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우리들의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하고 절실한 회상과 체험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여러 차례의 살육에 복종한 생명보다도 더한 복수와 고독을 아는 고뇌와 저항일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허물어지는 정적과 초연(硝煙)의 도시 그 암흑 속으로…… 명상과 또다시 오지 않을 영원한 내일로……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유형(流刑)의 애인처럼 손잡기 위하여 이미 소멸된 청춘의 반역을 회상하면서 회의와 불안만이 다정스러운 모멸의 오늘을 살아 나간다. ……아 최후로 이 성자의 세계에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분명히 그것은 속죄의 회화(繪畵) 속의 나녀(裸女)와 회상도 고뇌도 이제는 망령에게 팔은 철없는 시인 나의 눈 감지 못한 단순한 상태의 시체일 것이다……
엘리엇의 구절로 시작해 폐허 속에 남은 생명을 묻습니다. 전후 모더니즘의 대표적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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