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실제 6

박용철1904–1938

눈물없다는 자랑하시던 그대언만 남달리 침착하단 말을 듣던 그대언만 맘잃고 눈 아니 마른다 누가 나무라리오 우습다 할까 하니 우습다 말이 되냐 서러워하자 하면 그는 좀 이르쟎냐 갑자기 큰 불안 앞에 닥쳐 눈물웃음 어쩌리 내 이리 침착하다 설마하니 어떨소냐 누이야 그 염덜고 아내야 눈물 거둬라 멀으신 두어 이께는 맘놓이실 글을 쓰자 여보게 죽는단 말 어이 차마 입에 내랴 그 일을 속속들이 요량함도 아닐세만 죽었다 한번 해봐라 모두 아찔하고나 어이 나를 길러 이러한 양 보렸던가 네 내게 몸을 맡겨 이리 될 줄 알았더냐 못 보는 아기 얼굴은 미리 그려보노라 기다리던 아비는 너를 못 보고 간다 아기야 네 일없이 자라 큰사람 될까 두 눈이 모두 흐리어 앞이 아니 보인다 우습고 잔계교를 수없이 꾸몄더니 너를 못 만나니 펴볼 날이 없겠고나 어리다 혼이 남기를 맘 그윽히 바라니 어젯밤 님의 눈물 새벽에 궂은 비라 쓸쓸한 소리 속에 네 한몸 싸였느니 감은 눈 두줄 눈물이 흘러 고요하고나 바람에 가지가지 우쭐대는 포풀라는 허리를 늠실하며 춤추는 아양일세 내 무어 너의 자유를 부러함은 아닐다

죽음을 앞두고 가족과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는 사람의 시조 연작. 담담한 말 속에 슬픔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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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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