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망각

박용철1904–1938

오오 아름다운 망각 너 곧 아니더면 하느님도 별수없는 소학생 그릇친 습자지(習字紙)는 고대 부벼 휴지통에 버려야 하는 것을 새벽마다 물장수의 삐걱거리는 지게는 물마른 물독들의 기울인 귀를 찰찰 넘쳐준다 한물림 한물림 조심스레 아기자기한 태엽을 감아주는 손은 뉘냐 참말 보드라운 칠판닦기 네가 지우고 간 자욱을 더듬어 읽는 그 기인 손가락 가진 맹인의 기이한 미소 밤낮 스타 ─ 트만 고쳐 하는 단거리연습 아 ─ 인생은 즐거웁다

하느님도 틀린 글씨는 지워야 하는 법. 아름다운 망각 덕분에 인생은 날마다 다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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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0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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