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그믐밤

오일도1901–1946

얇은 볕 고요히 창에 나리니 투명의 내 손가락이 더욱 외로와…… 화롯가에 하얀 재 함께 이 해도 이만 저무는구나. 소나무 가지 위에 행여 까치 한 마리 못 울게 하라. 소 털 끝 같은 내 생리(生理)를 고이 달래 이 밤 재우련다. 눈이 나려 옵니다 눈이 나려 옵니다. 천사(天使)의 걸음보다 더 가벼이. 눈이 나려옵니다. 눈이 나려옵니다. 꿈속의 밤보담 더 고요히. 냉수 같은 이마 우으로 밤이 흐른다. 이 순간(瞬間) 나는 가장 행복(幸福)함이어니 꿈에도 날 행여 검은 골로 이끌지 마라. 가냘픈 내 생리(生理)를 고이 달래 이 밤 재우련다.

한 해가 저무는 그믐밤, 눈 내리는 소리 속에 가냘픈 몸을 달래 재우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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