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좋아하게 되는 가장 쉬운 길은 짧은 시부터 읽는 겁니다. 긴 시는 마음먹고 앉아야 하지만, 두세 줄짜리 시는 버스가 한 정거장 가는 사이에도 다 읽혀요. 그런데 이상하게 긴 시보다 짧은 시가 더 오래 머리에 남습니다. 외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지니까요.
정지용은 이런 짧은 시를 참 잘 썼습니다. 몇 편만 같이 읽어 볼까요.
간지러운 호수
호수 위를 헤엄치는 오리를 본 적 있으신가요. 목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을 시인은 '호수를 감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연에서 슬쩍 웃게 만듭니다. 호수를 감으니 목이 간지러울 거라고요. 설명은 하나도 없는데, 읽는 순간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고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짧은 시는 이렇게 한 장면, 한 느낌만 정확히 잡아냅니다.
소리가 물을 건너가는 시
호숫가에서 손뼉을 한 번 칩니다. 그 소리가 잔잔한 물 위로 '곱드랗게' 건너가고, 그 뒤를 흰 거위가 미끄러지듯 따라갑니다. 세 줄이 전부인데, 조용한 호수의 넓이와 고요가 다 느껴집니다. 소리를 눈으로 보게 만드는 시라고 할까요.
두 줄로 끝나는 겨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우박(누리알)이 되어 구르고, 한밤중 잉크빛 바다를 건넙니다. 두 줄로 겨울이 오는 순간을 붙잡았어요. '잉크빛'이라는 말 하나로 밤바다의 짙은 색이 전해집니다. 이런 시는 소리 내어 두어 번 읽으면 그날 하루 종일 입에 맴돕니다.
짧은 시를 읽는 요령
짧은 시는 빨리 읽으면 손해입니다. 한 번 읽고, 눈을 감고 장면을 떠올려 본 다음, 한 번 더 읽어 보세요. 두 번째에 비로소 보이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든 시는 휴대폰 메모장에 옮겨 두세요. 버스를 기다릴 때 꺼내 보면 그 몇 분이 조금 달라집니다.
짧은 시에 익숙해지면 내 한 줄을 써 보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럴 땐 부담 없이 한 모금을 남겨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