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흰 그림자

윤동주1917–1945

황혼(黃昏)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로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발자취소리를 들을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든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든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모퉁이 어둠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든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 보낸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黃昏)처럼 물드는 내방으로 돌아오면 신념(信念)이 깊은 으젓한 양(羊)처럼 하로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마음속에 붙들고 있던 여러 '나'를 하나씩 놓아 보내고,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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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942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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