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팔베개 노래조

김소월1902–1934

첫날에 길동무 만나기 쉬운가 가다가 만나서 길동무 되지요. 날긇다 말어라 가장(家長)님만 님이랴 오다가다 만나도 정붓들면 님이지. 화문석(花紋席) 돗자리 놋촛대(燭臺) 그늘엔 칠십년(七十年) 고락(苦樂)을 다짐둔 팔베개. 드나는 곁방의 미닫이 소리라 우리는 하루밤 빌어얻은 팔베개. 조선(朝鮮)의 강산(江山)아 네가 그리 좁더냐 삼천리(三千里) 서도(西道)를 끝까지 왔노라. 삼천리(三千里) 서도(西道)를 내가 여기 웨왔나 남포(南浦)의 사공님 날 실어다 주었소. 집뒷산(山) 솔밭에 버섯 따던 동무야 어느 뉘집 가문(家門)에 시집 가서 사느냐. 영남(嶺南)의 진주(晋州)는 자라난 내고향(故鄕) 부모(父母)없는 고향(故鄕)이라우. 오늘은 하루밤 단잠의 팔베개 내일(來日)은 상사(相思)의 거문고 벼개라. 첫닭아 꼬꾸요 목놓지 말아라 품속에 있던님 길차비 차릴라. 두루두루 살펴도 금강(金剛) 단발령(斷髮令) 고개길도 없는몸 나는 어찌 하라우. 영남(嶺南)의 진주(晋州)는 자라난 내고향(故鄕) 돌아갈 고향(故鄕)은 우리님의 팔벼개.

영변 기생 채란이 부르던 노래를 받아 적은 시. 하룻밤 팔베개에 고향 잃은 설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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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 ·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공유저작물입니다. 본문은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원문을 따랐습니다(띄어쓰기·한자 읽기만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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