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븨
시기지 않은 일이 서둘러 하고싶기에 난로(暖爐)에 싱싱한 물푸레 갈어 지피고 등피(燈皮) 호 호 닦어 끼우어 심지 튀기니 불꽃이 새록 돋다 미리 떼고 걸고보니 칼렌다 이튿날 날자가 미리 붉다 이제 차즘 밟고 넘을 다람쥐 등솔기 같이 구브레 벋어나갈 연봉(連峯) 산맥(山脈)길 우에 아슬한 가을 하늘이여 초침(秒針) 소리 유달리 뚝닥 거리는 낙엽(落葉) 벗은 산장(山莊) 밤 창(窓)유리까지에 구름이 드뉘니 후 두 두 두 낙수(落水) 짓는 소리 크기 손바닥만한 어인 나븨가 따악 붙어 드려다 본다 가엽서라 열리지 않는 창(窓) 주먹쥐어 징징 치니 날을 기식(氣息)도 없이 네 벽(壁)이 도토혀 날개와 떤다 해발(海拔) 오천척(五千呎) 우에 떠도는 한조각 비맞은 환상(幻想) 호흡(呼吸)하노라 서툴러 붙어있는 이 자재화(自在畵) 한폭(幅)은 활 활 불피여 담기여 있는 이상스런 계절(季節)이 몹시 부러웁다 날개가 찢여진채 검은 눈을 잔나비처럼 뜨지나 않을가 무섭어라 구름이 다시 유리에 바위처럼 부서지며 별도 휩쓸려 나려가 산(山)아래 어늰 마을 우에 총총 하뇨 백화(白樺)숲 회부옇게 어정거리는 절정(絶頂) 부유스름하기 황혼(黃昏)같은 밤.
비 오는 산장 밤 창에 붙은 나비 한 마리. 가엾은 생명과 고독을 그린 산문시입니다.

생각 나누기
이 시를 읽고 든 생각, 떠오른 기억을 자유롭게 남겨 주세요. 서로의 감상을 존중해 주세요.
아직 남겨진 생각이 없어요. 첫 마음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