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한 편

옛 시 서가

거문고

김영랑1903–1950

검은벽에 기대선채로 해가 수무번 박귀였는듸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못한다 그가슴을 퉁 흔들고간 노인(老人)의손 지금 어느 끝없는향연(饗宴)에 높이앉었으려니 땅우의 외론 기린이야 하마 이저졌을나 박같은 거친들 이리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양 꾸민 잣나비떼를 쏘다다니여 내 기린은 맘둘곳 몸둘곳 없어지다 문 아조 굳이닫고 벽에기대선채 해가 또한번 박귀거늘 이밤도 내 기린은 맘놓고 울들 못한다

검은 벽에 기대선 채 스무 해째 울지 못하는 거문고, 나의 기린. 거친 세상에 맘 둘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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